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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 보드 01

전쟁이 남긴 국밥 한 그릇

돼지국밥은 식당 주방에서 탄생한 요리가 아니다. 실제로 어디서 시작됐는지, 그리고 메뉴판 앞에서 헤매지 않고 주문하는 법까지 정리했다.

부산의 따로국밥 상차림: 뽀얀 돼지뼈 국물 한 그릇과 별도의 밥 한 그릇, 김치·양파·부추 등 반찬.

일반적인 따로국밥 상차림 — 국물과 밥이 따로 나오고 반찬이 곁들여진다. 사진: CYAN,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제공.

탄생 배경

1950년 6월 전쟁이 터지고 북한군이 빠르게 남하하면서, 그해 여름 국군과 유엔군은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났고 전 국토가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 부산은 사실상 마지막까지 점령되지 않은 도시로 남았다. 그해 겨울에는 중공군이 참전하며 전선이 다시 크게 밀렸는데, 이 무렵 함경도 등지의 피란민 약 10만 명이 흥남부두에서 배로 철수했고, 이들은 주로 거제도로 내려갔다가 이후 부산 등지로 흩어졌다.

먹을 것도, 잘 곳도, 입을 것도 제대로 없던 그 시절, 부산 곳곳의 피란민촌에서 미군 부대에서 나온 — 그대로 두면 버려졌을 — 돼지뼈 부산물을 구해 끓여 먹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돼지국밥의 유래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진다. 다만 이는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하나의 설일 뿐, 이 시기에는 여러 역사적 배경이 뒤섞여 있어 기원을 하나로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사실이다.

당시의 국밥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고, 수십 년간 이 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이런 인식이 유독 좋지 않았던 데는 위생 문제가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 버려지다시피 하던 부산물로 만든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1990년대 전까지는 메뉴판에 대놓고 이름을 올리지 못할 정도였다. 그 낙인을 견뎌낸 이 국밥은 이제 부산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찾는 음식이 됐다.

지금 먹는 국밥은 어떤 스타일일까?

아래 세 이름은 각기 특정 지역에서 비롯됐지만, 요즘은 그 경계가 많이 흐려졌다. 요즘 가게들은 한 지역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끓이는 경우가 많고, 지역 사람들조차 맛만 보고 어느 스타일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다만 세 지역 모두 경상도에 속한다는 공통점은 있고, 돼지국밥은 대체로 이 경상도 지역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돼지국밥 하면 떠올리는 지역은 단연 부산이다.

밀양식 맑은 국물. 원조로 알려진 스타일로, 지금도 부산에는 상호에 '밀양'을 붙인 식당이 100곳 넘게 있다.
부산식 뼈를 오래 우려낸 뽀얀 국물. 부산 고유의 방식으로 알려져 있고, 여행자가 실제로 가장 많이 마주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대구식 국물 못지않게 내장이 중심이 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으며, 좀 더 거칠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처음이 아닌 것처럼 주문하는 법

₩8,000~12,000 요즘 부산에서 국밥 한 그릇 가격대다. 최근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함께 오른 편이다. 같은 가격이라도 식당마다 국물 맛은 완전히 다를 수 있으니, 가격표보다는 국물이 진짜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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